어제 오후 2시 40분쯤이었어요.
사무실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 들었더니 — 40대 초반 여성 한 분이 들어오시는데 — 그 뒤로 50대 후반 남성 한 분이 함께 서 계셨어요.
잠깐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분 — 3주 전 전화 상담 때 "저 혼자 갈게요. 오빠나 부모님한테는 절대 말하지 마세요" 라고 하셨던 분이거든요.
그런데 어제, 오빠와 함께 오신 겁니다.
자리에 앉으시면서 — 여성분이 먼저 말씀 꺼내셨어요.
"법무사님, 저 혼자 오려고 했는데요 — 어제 결국 오빠한테 다 말씀드렸어요."
옆에서 오빠분이 조용히 고개 끄덕이시더라고요.
저는 — 잠깐 답을 못 하고, 두 분에게 차 한 잔씩 내드렸습니다.
"오시는 게 쉽지 않으셨을 텐데, 감사합니다" 라고 답해드렸어요.
◓ 그분 — 짧게 소개
43살, 대구 수성구 거주하시는 여성이세요.
미혼, 직장인, 세후 월급 320만원.
채무 총액 7천 5백만원.
카드 4장, 마이너스 통장 1건, 온라인 대출 2건.
5년 전쯤 시작된 코인 손해 + 그 이후 카드 돌려막기가 여기까지 오신 상황이었습니다.
3주 전 첫 전화 상담 때 — 정말 조심스러우셨어요.
"저 혼자 결정하고 혼자 진행하고 싶어요."
"오빠나 부모님이 알면 — 실망하시고 저를 실패자로 볼 것 같아서요."
"결혼 안 한 딸이 채무 있다는 게 — 부모님에게 정말 죄송스러워요."
목소리가 살짝 떨리셨습니다.
「END」 왜 — 어제는 오빠와 함께 오셨나
제가 조심스레 여쭤봤어요.
"3주 전에는 혼자 오시겠다고 하셨는데, 무슨 변화가 있으셨나요?"
여성분 — 잠깐 티슈 통 쳐다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법무사님, 지난 주말에 오빠한테 우연히 얼굴을 마주쳤어요."
"제 얼굴 보시자마자 — '너 요즘 뭔가 있지' 라고 바로 물으시더라고요."
오빠분은 옆에서 조용히 듣고 계시다가 — 한 마디 하셨어요.
"제가 몇 달 전부터 동생 얼굴이 안 좋다는 걸 봤어요."
"살도 빠지고, 밥도 잘 안 먹고, 잠도 못 자는 것 같고."
"결국 지난 주말에 저희 집에 데리고 와서, 조용히 물어봤어요."
"그날 밤 동생이 다 털어놨어요. 채무 이야기부터, 3주 전 전화 상담 이야기까지."
「END」 오빠 — 그날 밤 하신 말씀
오빠분이 이어서 말씀 이어가셨어요.
"동생이 다 털어놓고 나서, 저는 딱 한 마디만 했어요."
"'혼자 힘들었지. 이제 같이 가자' 그 말 밖에 다른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여성분 — 옆에서 조용히 눈시울 붉히시더라고요.
저는 티슈 통을 다시 밀어드렸습니다.
오빠분 — 여성분 손을 잡으시더니 계속하셨어요.
"법무사님, 저희 부모님은 아직 모르세요. 알리지도 않을 겁니다."
"동생이 알리지 말라고 부탁했고, 저도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이 절차 진행되는 3년 동안 — 제가 옆에서 챙기겠습니다."
"오늘도 그래서 같이 온 겁니다."
저는 — 이 말씀에 잠깐 답을 못 하고, 오빠분에게 조용히 목례만 드렸어요.
「END」 여성 채무자 — 실무에서 자주 뵙는 패턴
실무에서 여성 채무자 상담이 매년 늘고 있습니다.
사무실 상반기 328건 중 여성 비율은 약 44%예요.
그 중 미혼 여성 30~40대 비율이 특히 늘고 있고요.
공통 특징 하나 — 가족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남성보다 훨씬 크세요.
"결혼 안 한 딸이 채무 있다는 게 부모님에게 미안하다" 라는 말씀을 정말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이건 — 실무자로서 조금씩 마음이 무거운 부분이에요.
채무는 성별과 관계없는데, 사회적으로 미혼 여성의 채무는 유독 "부끄러운 일"로 여겨지는 시선이 남아 있어요.
남성이 채무 있으면 "사업 실패했나 보다" 로 여겨지고, 여성이 채무 있으면 "관리 못 했나 보다" 로 여겨지는 경우가 여전합니다.
그러다 보니 여성 채무자 분들 — 상담 오시기까지 훨씬 오래 걸리시고, 오셔도 오래 혼자 감당하려 하세요.
그분처럼 오빠나 언니 같은 형제 손잡고 오시는 게 — 실무자로서 정말 감사한 순간이에요.
「END」 상담 끝나고 — 두 분 나가시는 뒷모습
상담은 1시간 40분 걸렸어요.
서류 준비 목록 안내드리고, 3주 뒤 서류 챙겨서 다시 오시기로 했습니다.
자리 정리하시면서 — 오빠분이 여동생 어깨를 살짝 두드리셨어요.
"이제 진짜 시작이니까, 마음 편하게 해."
여성분 — 처음으로 살짝 웃으셨습니다.
두 분 사무실 나가시면서, 오빠분이 문 앞에서 뒤돌아보시며 저에게 한 마디 더 하셨어요.
"법무사님, 저희 동생 잘 부탁드립니다. 3년 동안 옆에서 챙겨주세요."
저는 — "네, 옆에서 조용히 함께 걷겠습니다" 답해드렸습니다.
사무실 창밖 대구 오후 하늘을 잠시 봤어요.
혼자 오려고 하셨던 그분이 오빠와 함께 오신 오늘 — 이건 절차의 시작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인 것 같았습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무사 김재현 사무소.
등록번호 제10114호.
1844-0755.
혼자 오시기 어려우신 분들 — 형제·친구 한 명과 함께 오셔도 좋습니다.
동행하시는 분과 함께 상담하고, 진행 과정도 함께 안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