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완제 확인서 드리러 오신 분이 작은 상자를 하나 내미셨어요.
열어보니 아기 신발 한 쌍이었습니다.
"저희 애 신던 거예요. 작아져서 못 신는데, 법무사님 드리고 싶었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3년 전 임신 중에 처음 상담 오셨던 부부였습니다.
오늘은 그 3년 이야기를 조금 풀어볼게요.
⊙ 처음 오셨을 때 — 임신 7개월이셨어요
2023년 봄이었어요. 30대 초반 부부가 같이 오셨습니다.
아내분이 임신 7개월이셨고, 배가 꽤 부른 상태로 상담실에 앉으셨어요.
채무 총액 5,100만원 — 남편분 사업 준비하다 실패한 돈과, 둘이 생활비로 돌려막은 카드값이 섞여 있었습니다.
"아기 태어나기 전에 정리하고 싶어서요"라고 하셨는데, 목소리에 간절함이 묻어났어요.
남편분은 계속 아내분 손을 꼭 잡고 계셨습니다.
출산 예정일이 두 달 남짓 남아 있었어요.
"신청하면 출산할 때 병원비는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으셨는데, 저는 변제금 산정에 출산 관련 지출도 고려된다고 안내드렸습니다.
월 변제금은 38만원으로 잡혔어요.
"이 정도면 아이 키우면서도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서명하셨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딸을 낳으셨다는 문자가 왔어요.
⊙ 변제 기간, 아이가 자라는 걸 지켜보며
인가 나던 날, 신생아 사진 한 장을 같이 보내주셨어요.
"이름은 지은이에요"라고 하시면서요.
그 뒤로 변제 소식 전해주실 때마다 아이 얘기가 꼭 섞여 있었습니다.
"이번 달엔 지은이가 뒤집기 했어요", "어제 처음 걸었어요" 같은 소식들이요.
(사실 변제 안내 문자에 아기 얘기가 같이 오는 거, 저한테는 꽤 큰 즐거움이었어요)
중간에 남편분 소득이 줄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다른 일을 알아보시던 때였습니다.
"조금만 늦게 내도 될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으셨고, 저는 미리 말씀해주신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답했습니다.
두 달 정도 조정 후 다시 정상적으로 맞춰가셨어요.
"지은이 낳고 나니까 뭐든 더 열심히 하게 되네요"라고 하셨던 말이 기억에 남아요.
그렇게 36개월이 거의 다 지나갔습니다.
⊙ 지난주, 작은 신발 상자
완제하러 오신 날, 아이는 데려오지 않으셨어요. 어린이집 간 시간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대신 아이 사진을 핸드폰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벌써 세 돌이 다 돼 보였어요.
"이거 지은이 첫 걸음마 때 신었던 신발이에요"라며 작은 상자를 내미셨습니다.
"법무사님이 저희 이 시기를 같이 지나온 분이라서, 그냥 드리고 싶었어요"라고 하셨어요.
저는 그 상자를 받으면서, 3년 전 간절한 표정으로 앉아계셨던 두 분이 떠올랐습니다.
완제 확인서에 도장 찍으면서, 그 사이 있었던 모든 소식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어요.
뒤집기, 첫 걸음, 그리고 오늘의 신발 상자까지.
숫자로 보면 5,100만원 정리된 사건이지만, 사람으로 보면 한 아이가 태어나고 자란 3년이었습니다.
"지은이한테도 나중에 이 얘기 해줄 거예요"라고 하시는데, 저도 뭉클했습니다.
이 작은 신발, 사무실 책장 한쪽에 올려두려고 합니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숫자가 아니라 이런 장면들이에요.
임신한 몸으로 간절하게 앉아계셨던 분이, 3년 뒤 아이의 신발을 들고 웃으며 돌아오시는 모습.
그 과정을 같이 지나왔다는 게,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지금 임신 중이거나 아이를 키우시면서 채무 문제로 고민하고 계신 분들도 있으실 거예요.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정리해도 충분합니다.
비슷한 고민 있으신 분, 편하게 문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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