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8시쯤 카톡 사진 한 장이 왔어요.
작은 가게 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처음엔 누구신지 바로 못 알아봤습니다.
메시지를 보고서야 알았어요. "법무사님, 저 드디어 다시 열었어요."
3년 전 파산 신청서에 도장 찍으시던 그 손이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그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조금 풀어볼게요.
★ 폐업 신고서에 도장 찍던 날
2023년 겨울이었어요. 40대 후반, 백반집을 15년 하셨던 사장님이셨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손님이 반토막 났고, 임대료는 계속 밀렸어요.
채무 총액 9,200만원 — 식자재 대금, 임대료 체납, 카드론까지 섞여 있었습니다.
폐업 신고서에 도장 찍으시면서 한참 말이 없으셨어요.
"이 가게, 아버지 때부터 하던 자리거든요"라고 하시는데, 저도 뭐라 드릴 말씀이 없더라고요.
손이 좀 거칠었어요. 15년 동안 주방에서 일하신 손이었으니까요.
그 손으로 서류에 서명하시는 걸 보면서, 이게 단순히 사업 정리가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이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라고 하셨던 그 말이 오래 남았어요.
그날은 그냥 그렇게 무겁게 끝났습니다.
다음 얘기는 한 달쯤 뒤였어요.
★ 파산 신청, 그리고 앞치마를 개켜 넣으시던 모습
파산 신청 서류를 준비하면서, 가게 정리하는 걸 도와드릴 일이 몇 번 있었어요.
마지막 정리하던 날 사무실에 들르셨는데, 낡은 앞치마 하나를 들고 오셨더라고요.
"이건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라며 조용히 개켜 넣으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이런 소품 하나하나에 그분들 세월이 다 담겨 있더라고요)
면책까지는 8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면책 결정 받으시던 날 전화드렸는데, 목소리가 담담하셨어요.
"감사합니다. 근데 저 이제 뭐 하고 살아야 할지 진짜 모르겠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저는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잘 하실 거라고만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반신반의했어요. 15년 쌓인 게 하루아침에 회복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 뒤로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 어제, 사진 한 장
1년쯤 전에 한 번 연락이 오셨어요. "작은 배달 일 시작했어요"라는 짧은 문자였습니다.
그러다 반년 전엔 "장사 다시 해볼까 고민 중이에요"라는 카톡이 왔고요.
저는 "천천히 준비하시면 될 것 같아요"라고만 답했어요.
그리고 어제, 그 사진이 온 거예요.
작은 분식집이었어요. 10평 남짓, 예전 백반집보다 훨씬 작았습니다.
"작게 시작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진 속 가게 앞에 작은 화분 하나가 놓여 있었어요. 개업 축하로 누가 보내주신 것 같았습니다.
"3년 걸렸네요"라는 제 답장에, "그래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라고 하셨어요.
저는 그 문자 보면서 한참 화면만 들여다봤습니다.
숫자로는 9,200만원이 사라진 사건이었지만, 사람으로 보면 15년 세월과 3년의 재기가 담긴 이야기더라고요.
파산이나 회생, 결국 끝이 아니라 다음을 준비하는 절차예요.
제가 상담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이후엔 뭘 할 수 있을까요"인데, 정답은 저도 몰라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사진 한 장으로 답이 오더라고요.
어제 받은 그 사진, 한동안 휴대폰에 저장해두려고 합니다.
지금 힘든 시간 지나고 계신 분들도, 언젠가 이런 사진 보내주실 날이 올 거예요.
비슷한 고민 있으신 분, 편하게 문의 주세요.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무사 김재현 사무소, 등록번호 제10114호, 1844-0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