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떡 상자 하나가 사무실로 배달됐어요.
보낸 분 이름을 보고 바로 알았습니다.
4년 전 면책받으셨던 분이었어요.
"이사 떡이에요. 드디어 제 집 생겼어요"라는 카드가 붙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4년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풀어볼게요.
◐ 처음 오셨을 때 — 전세금도 간당간당하셨어요
2022년이었어요. 30대 후반 남성분이셨고, 중소기업 영업직이셨습니다.
채무 총액 5,700만원 — 투자 실패로 생긴 손실에 생활비 대출까지 더해진 상황이었어요.
살고 계시던 전세보증금까지 압류 위기였는데, 그 얘기 하실 때 목소리가 많이 흔들리셨습니다.
"이 전세금마저 날리면 저희 가족 갈 데가 없어요"라고 하셨어요.
다행히 보증금 일부는 지킬 수 있는 구조로 진행됐습니다.
월 변제금은 42만원이었어요. 적지 않은 금액이었습니다.
"이거 내면서 집 마련할 돈은 언제 모으나 싶네요"라며 씁쓸하게 웃으셨던 게 기억나요.
저는 그때 일단 변제부터 성실히 끝내시는 게 먼저라고만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집 마련 얘기까지는 저도 선뜻 답하기 어려웠어요.
36개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 면책 이후, 저금통에 동전 쌓이듯
면책 받으시던 날, "이제 뭐부터 해야 할까요"라고 물으셨어요.
저는 신용 회복되는 시기 기다리면서 조금씩 저축하시라고 안내드렸습니다.
1년쯔음 지나서 연락 주셨는데, "적금 하나 들었어요"라며 담담하게 얘기하셨어요.
(이런 작은 소식들, 사실 저한테는 꽤 크게 들려요)
그 이후로 명절마다 짧은 안부 인사가 꾸준히 왔습니다.
2년쯔음엔 "이번엔 적금 하나 더 들었어요"라는 소식이 왔고요.
3년째 되던 해엔 "전세 대신 매매로 알아보고 있어요"라는 카톡이 왔습니다.
"무리하지 마시고 천천히 보세요"라고 답했더니, "네, 이제 서두를 필요 없더라고요"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엔 쫓기듯 살던 분이었는데요.
그렇게 또 1년이 지났습니다.
◐ 어제, 떡 상자 하나
면책 받으신 지 딱 4년 되는 시점에, 매매 계약을 마치셨다고 했습니다.
"작은 아파트지만 제 명의로 된 첫 집이에요"라는 문자가 며칠 전 왔었어요.
그리고 어제, 이사 떡이 사무실로 배달된 거죠.
시루떡이었어요. 상자 안에 작은 카드도 들어 있었습니다.
"그때 보증금 지켜주셔서 오늘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적혀 있었어요.
떡 상자를 열어보면서, 처음 오셨던 날 흔들리던 목소리가 생각났습니다.
전세금마저 날릴까 걱정하시던 그 사람이, 이제 자기 명의 집 열쇠를 들고 있는 거예요.
숫자로 보면 5,700만원 정리된 사건이지만, 사람으로 보면 4년에 걸친 긴 여정이었습니다.
직원들이랑 나눠 먹으면서, 다들 한마디씩 했어요. "이런 게 보람이네요."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회생이나 파산, 그 순간엔 다 무너지는 것 같지만, 결국 지킬 건 지키는 절차더라고요.
이분 같은 경우도 전세보증금을 지켜드린 게 결국 4년 뒤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진 셈이에요.
당장은 안 보이지만, 몇 년 뒤를 생각하면 지금의 선택이 꽤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지금 보증금 지키는 게 급하신 분들, 주저하지 말고 문의 주세요.
이런 떡 상자, 또 받고 싶네요.
비슷한 고민 있으신 분, 편하게 문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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