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문자 한 통을 받았는데, 이 얘기부터 해야겠어요.
"법무사님, 저 오늘 면책 결정문 받았어요. 감사했습니다."
짧은 문장이었는데, 저는 그거 보고 한동안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2년 4개월 전 처음 사무실 문을 두드리셨던 그분 얘기를, 오늘은 조금 풀어볼게요.
비슷한 상황이신 분들께 이 후기가 작은 편지처럼 닿았으면 좋겠어요 ^^
1. 처음 오셨던 날, 비 오는 화요일
2024년 5월이었어요. 비가 꽤 오던 화요일 오후였습니다.
40대 초반 여성분이셨고,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계셨어요.
채무 총액은 6,400만원. 카드론, 캐피탈 대출, 그리고 사업 실패로 생긴 대출이 섞여 있었어요.
앉으시자마자 한참 말을 못 하시더라고요. 그러다 "저 진짜 방법이 있긴 한 건가요"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목소리가 많이 떨리셨거든요.
수입이 매달 달랐어요. 프리랜서라 어떤 달은 300만원, 어떤 달은 80만원.
(이런 경우 소득 산정 방식을 잘 설명드리는 게 정말 중요해요)
3개월치 평균으로 가용소득을 계산해드렸고, 신청 자체는 무리 없이 진행될 상황이었습니다.
"그럼 이제 뭐부터 하면 되나요"라고 물으셨을 때, 표정이 아까보다 조금 편해지셨더라고요.
→ 여기서부터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2. 인가 나던 날, 전화기 너머 울음소리
신청 후 인가 결정까지 다섯 달 정도 걸렸어요.
인가 나던 날 제가 먼저 전화드렸는데, 받으시자마자 우셨어요.
"이제 진짜 시작이네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인가를 끝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이분은 그게 시작이라는 걸 이미 알고 계셨던 거죠.
36개월, 월 변제금 47만원. 짧지 않은 시간이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가. 변제 첫 6개월, 가장 힘들었던 시기
초반엔 확실히 버거워하셨어요. 프리랜서 수입이 불안정하니까 어떤 달은 변제금 맞추기도 빠듯하셨고요.
전화 주셔서 "이번 달 좀 늦게 낼 수도 있는데 괜찮을까요"라고 물으셨던 적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미리 연락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숨기지 않고 미리 얘기하시는 분들이 결국 끝까지 잘 가시더라고요.
→ 여기서부터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3. 변제 2년차, 조금씩 안정을 찾다
1년쯔음부터 연락 빈도가 확 줄었어요.
이게 좋은 신호예요. 문제없이 잘 가고 계신다는 뜻이거든요.
가끔 오시는 카톡도 "이번 달도 무사히 냈어요" 정도였어요. 짧지만 그 안에 안정감이 느껴졌습니다.
한번은 "요즘은 이 돈 내는 게 스트레스가 아니라 그냥 일상이 됐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이 말이 이 일을 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나. 변제 마지막 달, 그리고 오늘
36개월째 되던 달, 마지막 변제금을 내신 날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드디어 다 냈어요!"라는 짧은 문자였는데, 느낌표가 세 개였습니다.
그리고 몇 주 뒤, 법원에서 면책 결정문이 나왔고, 그게 며칠 전 받은 그 문자였던 거예요.
"법무사님, 저 오늘 면책 결정문 받았어요. 감사했습니다."
2년 4개월 전 비 오던 화요일과, 며칠 전 이 문자 사이에 있었던 모든 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어요.
제가 잊지 못하는 그 한마디
"저 진짜 방법이 있긴 한 건가요"라는 첫날의 질문과, "드디어 다 냈어요!"라는 마지막 문자.
이 두 문장 사이의 거리가 이 일의 전부라고 생각해요.
숫자로 보면 6,400만원이 사라진 거고, 사람으로 보면 한 사람이 다시 일어선 거예요.
저는 후자가 훨씬 크다고 믿습니다.
이 후기를 쓰는 이유도 그거예요.
마무리하며
사실 저도 이 일 하면서 가끔 지칠 때가 있어요.
서류 검토하다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있는 날도 많고요.
근데 이런 문자 하나 받으면, 그 며칠의 피로가 한 번에 풀리더라고요.
제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가 결국 이런 순간들 때문인 것 같아요.
지금 힘든 시기를 지나고 계신 분들도, 언젠가 이런 문자를 보내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슷한 상황이시라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편하게 전화 주세요, 아는 선에서 다 답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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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사 김재현 사무소 대표 김재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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