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7시 12분쯤이었어요.
사무실 정리하고 있는데 —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발신자 이름 보고 — 잠깐 웃음이 나왔어요.
3주 전 회생 개시 신청 도와드린 그분이었거든요.
받자마자 — "법무사님, 저 지금 회사 계단이에요" 라고 첫 마디 하셨습니다.
목소리가 — 조금 떨리시는 듯도 하고, 뭔가 감정이 실려 있었어요.
"오늘 오후에 개시 결정문 이메일로 왔어요. 방금 확인했어요."
"저 지금 회사 회의실에 있다가 못 참고 계단으로 내려온 거예요."
34살, IT 회사 개발자 이신 이 분 — 3개월 걸린 개시 신청이 드디어 통과된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 "축하드립니다. 이제 시작이신 거예요" 답해드렸어요.
◓ 그분 — 3개월 전 처음 오신 그날
4월 중순쯤, 그분이 처음 사무실 오셨어요.
34세, 미혼, 대구 수성구 원룸 거주.
회사 세후 월급 340만원, 채무 총액 8천 3백만원.
카드 4장, 마이너스 통장 1건, P2P 대출 3건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법무사님, 저 코인 손해에서 시작된 거예요" 라고 조심스레 첫 이야기 꺼내셨어요.
2022~2023년, 코인 하락기에 손해 크게 보시고 — 그걸 다른 데서 빌려 돌려막다가 여기까지 오셨어요.
"제가 진짜 사치를 한 것도 아닌데 — 어느 순간 이자만 매달 92만원씩 나가고 있더라고요."
그때부터는 — 월급 받아서 이자만 내는 삶이 3년 넘게 계속됐다고 하셨습니다.
가장 힘드셨던 부분은 — 회사에 알려질까 하는 두려움이었어요.
"IT 업계는 좁아서, 소문 한 번 나면 커리어 끝날 것 같았어요" 라고 하셨습니다.
「END」 3개월 — 신청부터 개시 결정까지
사실 이 분 케이스 — 서류 준비가 유난히 오래 걸렸어요.
P2P 대출 채권자 명단 확인이 실무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입니다.
플랫폼별로 채권 양도가 여러 번 이루어져서, 실제 채권자가 누구인지 추적이 힘들거든요.
그분 케이스도 — P2P 3건에서 채권자가 총 7명으로 갈라져 있었어요.
이걸 정리하는 데만 5주 걸렸습니다.
5월 말 — 대구지방법원에 개시 신청 서류 접수.
그리고 6월 초 — 보정명령 한 번 나왔어요.
"소득 증빙에 추가 자료 제출하라"는 내용.
2주 안에 답변 제출, 그리고 다시 2주 심리 기간.
어제 오후 — 최종 개시 결정문이 이메일로 도착한 겁니다.
「END」 왜 — 계단에서 전화하셨나
통화 도중 여쭤봤어요.
"근데 왜 회의실에서 안 받고 굳이 계단까지 내려가셨어요?"
잠깐 침묵 흐르더니 —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법무사님, 개시 결정문 확인하는 순간 — 눈물이 좀 났거든요."
"회의실은 유리벽이라서, 동료들이 다 보이는 자리였어요. 그 자리에서 못 있겠더라고요."
그분 — 통화하면서 계속 계단 문 안쪽으로 걸어가시는 것 같았어요.
발소리가 콘크리트에 울리는 게 — 조금씩 멀어지는 게 들렸습니다.
"3년 동안 — 이자만 갚고 있는 저 자신이 진짜 창피했어요."
"오늘 개시 결정문 받으니까 — 어깨에 얹혀 있던 뭔가가 살짝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저는 — 이 말씀에 잠깐 답을 못 했습니다.
「END」 개시 결정 —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
여기서 잠깐 실무 짚고 갈게요.
개시 결정은 — 회생 절차가 정식으로 "시작"됐다는 법원의 판단입니다.
이 결정이 나면 — 채권자의 모든 개별 회수 조치가 중지돼요.
전화 독촉, 문자 발송, 소송, 압류, 담보 실행 — 전부 멈춥니다.
그분도 — 3년 동안 시달리던 채권자 전화가 이제 조용해질 겁니다.
다만 — 개시 결정은 회생의 "시작"이지, 끝은 아닙니다.
이제부터 — 관계인 심리, 채권자 이의 절차, 변제 계획안 심리, 인가 결정까지 남아 있어요.
통상 개시 결정 후 인가 결정까지 4~6개월 걸립니다.
그분 케이스 — 다음 스텝은 8월 중순 관계인 심리예요.
"이제 절반 넘게 왔습니다" 라고 안내해드렸습니다.
「END」 통화 끝날 무렵 — 그분의 마지막 한 마디
통화 시간은 12분쯤이었어요.
그분 — 마지막에 계단 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법무사님, 오늘 이 통화 안 하면 진짜 못 잘 것 같았어요."
"3개월 동안 옆에서 서류 챙겨주셔서 — 정말 감사했어요."
저는 — "이제 시작이니까요. 인가 결정까지 조용히 같이 걸어드릴게요" 답해드렸습니다.
통화 끝나고 — 저는 사무실 창밖 대구 저녁 하늘을 잠시 봤어요.
회사 계단에서 걸려온 그 짧은 전화 — 이런 순간들이 실무자로서 가장 오래 남습니다.
34살, IT 개발자, 코인 손해에서 시작된 8천만원 채무.
그 짐이 오늘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한 겁니다.
개시 결정은 — 절차의 시작이지만, 마음에는 이미 정리의 시작이에요.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무사 김재현 사무소.
등록번호 제10114호.
1844-0755.
회생 신청 앞두고 계신 분들 — 개시 결정 그날의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그날까지 옆에서 조용히 함께 걷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