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4시 20분쯤이었어요.
사무실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 들었더니 — 50대 후반 아버님과 초등학교 3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들이 함께 들어오셨습니다.
아버님 — 손에 작은 화분 하나 들고 계셨어요.
"법무사님, 안녕하세요. 5년 만이에요" 라고 조용히 첫 마디 하셨습니다.
5년 전 — 파산 신청 마무리하고 면책 결정문 받으신 그분이셨어요.
5년 전, 그분 47세이셨고, 아들이 3살이었어요.
채무 총액 — 9천 5백만원.
회사에서 부당해고 당하시고, 그 뒤로 3년 넘게 재취업 못 하시면서 카드 돌려막기 하시다가 결국 파산 신청.
그 때, 아들 유치원 학비 걱정하시던 게 기억나요.
"이 나이에 파산이라는 게 — 아이한테 미안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라고 하셨었습니다.
◓ 왜 — 5년 만에 다시 오셨나
자리에 앉으시면서, 아들이 아버지 옆에 딱 붙어 앉았어요.
아버님 — 화분을 조심스레 테이블 위에 올려두셨습니다.
"법무사님, 이거 저희 집에서 키운 건데 — 오늘 이 자리 오는 김에 하나 나눠드리고 싶어서요."
저는 — "감사합니다. 잘 키우겠습니다" 답해드렸어요.
그러고는, 왜 5년 만에 오셨는지 여쭤봤습니다.
아버님 — 잠깐 아들 손 잡으시면서 말씀 꺼내셨어요.
"법무사님, 5년 전 그 자리에서 — 제가 부끄러워서 고개도 잘 못 들었잖아요."
"근데 그때 법무사님이 — 아이 학비 걱정 마시고, 앞으로 갚아나가시면 된다고 하셨어요."
"그 말씀에 — 저 진짜 힘 얻었거든요. 오늘은 그 감사 인사 드리러 왔어요."
저는 — 이 말씀에 잠깐 답을 못 했습니다.
「END」 지난 5년 — 어떻게 지내오셨나
면책 결정 받으신 그 다음 해 — 아버님 물류 회사에 재취업 하셨어요.
계약직 시작, 월 210만원.
1년 반 뒤 — 정규직 전환, 월 260만원.
지금은 — 팀장 직급이시고, 월 세후 320만원.
"법무사님, 3년째부터 저 진짜 다시 살아가는 기분이었어요" 라고 하셨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 신용 회복이었어요.
면책 후 2년 반쯤 — 신용점수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
3년 지나면서 — 체크카드 → 후불교통카드 → 소액 한도 신용카드 순으로 발급.
작년에는 — 아파트 전세 대출도 승인 나셨습니다.
"법무사님, 은행에서 대출 승인 문자 왔을 때 — 진짜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구나 싶었어요."
「END」 아들 — 지금 8살, 그때 3살
이야기 도중 아들이 — 아버지 팔 살짝 흔들면서 말했어요.
"아빠, 저 목말라요."
아버님이 웃으시면서 — 가방에서 물병 꺼내 아들에게 주셨습니다.
그 순간, 저는 — 5년 전 아이가 3살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났어요.
5년, 정말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에요.
아버님이 이어서 하신 말씀.
"법무사님, 저희 아들 —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이에요."
"5년 전에는 — 이 아이 유치원 학비 20만원이 없어서 밤새 잠 못 잤어요."
"지금은 — 아들 학원 두 개 다녀요. 태권도랑 피아노."
"평범한 게, 사실 평범한 게 아니었더라고요. 되찾고 나니까 알겠어요."
이 말씀에 — 아들이 아버지 얼굴 잠깐 올려다봤어요.
「END」 5년 지나서 — 그분이 하신 조언
제가 여쭤봤어요.
"지금 파산 앞두고 계신 분들에게 — 어떤 말씀 해드리고 싶으세요?"
아버님 잠깐 생각하시더니, 한 마디 하셨습니다.
"'지금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라고 하고 싶어요."
"저 5년 전 그날 사무실 들어올 때, 진짜 인생 끝났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5년 후에 — 이렇게 아들 손잡고 다시 오게 될 거라고는, 그때 상상도 못 했어요."
"파산은 — 인생을 끝내는 절차가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정리해주는 절차더라고요."
"그때 안 왔으면 — 지금 여기 저희 부자 없었을 거예요."
저는 — "네, 정말 감사합니다" 답해드렸어요.
사실 저에게도 — 이런 말씀이 정말 큰 격려가 됩니다.
「END」 나가시면서 — 부자의 뒷모습
1시간 좀 못 되게 앉으셨어요.
아버님 — 자리에서 일어서시면서 아들 손 다시 잡으셨습니다.
"법무사님, 저희 그럼 이만 가볼게요. 5년 뒤에 또 오겠습니다."
저는 — "네, 그때 저도 사무실 지키고 있겠습니다" 답해드렸어요.
아들이 — 저에게 손 흔들며 "안녕히 계세요" 인사했어요.
부자가 나가시고, 저는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화분 조심스럽게 창가로 옮겨두고, 5년 전 아버님이 처음 오셨던 날 파일을 잠깐 열어봤어요.
그때 서류에 쓰신 손글씨 — 지금 봐도 조금 떨림이 있어요.
5년 후 지금 — 같은 분이 아들 손잡고 오시는 걸 보게 되니까, 실무자로서 조용히 뭉클했습니다.
파산은 — 끝이 아니라, 5년, 10년 뒤에 이런 오후를 만들어주는 절차예요.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무사 김재현 사무소.
등록번호 제10114호.
1844-0755.
지금 파산·회생 앞두고 계신 분들 — 5년 뒤 아이 손잡고 다시 오실 그날을 상상해 보세요.
그 날이 오도록, 저는 옆에서 함께 걷겠습니다.